EQ와 EQ가 제어하는 대상인 소리의 주파수 성분 스펙트럼에 대해 알아보고, 소리를 구성하는 배음과 근음에 대하여 알아본다. RTA그래프라고도 하는 주파수-레벨 그래프의 의미를 알아본다. 파라메트릭 EQ와 그래픽 EQ에 대해 살펴보고, 큐팩터(Q Factor)등의 주요 파라메터에 대해 알아본다.
이퀄라이저 (Equalizer)는 소리의 음색을 매우 즉각적으로 변화시키는 엔지니어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또한 가장 다루기 까다로운 장비이기도 하다. 이퀄라이저가 제어하는 소리의 주파수분포에 대해서 알아보고, 여러가지 이퀄라이저의 형태와 기본적인 설정값들을 알아보겠다. 사실, 본 필자가 앞에서 '엔지니어의 칼'이라고 표현 하긴 했다. 엔지니어의 실력을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는 장비라 생각한다. 이퀄라이저를 적절하게 운용 하는 것은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언제나 말했듯, 누구나 엄마 뱃속에서부터 이런거 만지다 나온건 아니다.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이 글을 읽으면, EQ에 대한 기본 개념과 동작 방법에 대해서 나름의 기준을 잡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배음과 스팩트럼
무지개
비가 온 직후, 하늘에 뜬 무지개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무지개가 왜 생겨나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학교를 다니며 배운 바 있을 것이다. 태양으로 부터 오는 밝은 빛에는 여러 색깔들이 섞여 있고, 비가 내리고 난 직후에는 공기중에 떠 있는 눈에 보이지 않은 작은 빗방울들이 떠 다닌다. 이 빗방울 속에 빛이 들어가면, 색깔별로 빛의 속도가 달라지고 경로가 굴절되어 색이 분리되어 우리 눈에 보이는것.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빛과 소리는 모두 진동수를 가진 파장의 형태이다. 다만 그 진동수에 따라 우리 몸의 기관이 감지하는 부분이 다르고, 감각에 따라 빛과 소리로 나누어질 뿐이다. 빛이 여러 색깔(주파수가 다른 빛)이 혼합된것과 동일하게, 소리 역시 하나의 음원에서 나는 소리에는 여러 높낮이의 파장이 섞여 있다는 말이다. 이렇게, 어떠한 파장 (소리)을 구성하고 있는 주파수의 분포를 스팩트럼(Spectrum)이라 한다.
정현파의 스팩트럼
위에는 두 그래프가 있다. 녹색 위의 표시는 440Hz 정현파 (순수한 사인파)의 엔벨롭 그래프이고, (이게 뭔말인지 모르겠다면 1회와 9회를 다시 보고 오기 바란다.) 아래쪽의 노란 선이 그려져 있는 부분은, 시간에 따른 주파수의 레벨 색으로 표시한 스팩트럼 그래프이다. 스팩트럼 분포를 잘 보면 440Hz를 중앙으로 노란색 선이 표시되고 있다. 밝은 색으로 갈 수록 해당 주파수 성분이 많다는걸 의미 한다. 이 그림은 440Hz 정현파의 스펙트럼 그래프라고 말했다. 440Hz 성분 이외에는 다른 성분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의미이며, 당연히 스팩트럼 그래프에서도 440Hz 이외의 성분이 거의 없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음원에서 발생한 소리는 정현파 처럼 딱 음의 높낮이 (피치 Pitch)에 해당하는 주파수 성분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배음 - 하모닉스(Harmonics)
위의 그림은 피아노의 '라'와 바이올린의 '라'를 녹음한 것이다. 440Hz의 띠가 가장 짙기는 하지만, 그 외에도 900Hz대역, 1400Hz대역 등, 다른 주파수대에도 띠가 존재함을 알 수 있다. 즉, 다른 주파수의 소리가 섞여 있다는 소리다. 이러한 것을 근음 (440Hz) 에 대한 배음 - 하모닉스(Harmonics)라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배음 성분들의 분포는 각 음원의 모양, 재질, 발성구조, 주변 환경등에 따라 고유의 특성을 가진다. 보통 정수배로 움직이며, 이런 것들은 1배음 2배음 3배음 과같은 식으로 이름이 붙는다. 물론 정수비로만 딱 떨어지는 것은 아니고, 0.5, 0.25 이렇게 아래로 내려가는 것들도 존재 한다.
근음 | 1배음 | 2배음 | 3배음 |
440HZ | 880Hz | 1320Hz | 1760Hz |
주파수 분포도 - 주파수에 따른 레벨의 크기
그리고, 위에서 본 스팩트럼 그래프를 퓨리에 변환을 통해 시간-레벨이 아닌, 주파수-레벨 그래프로 바꿔주면 우리가 주위에서 자주 보던 모양의 주파수 분포 그래프가 된다.
보통 음향에서 스팩트럼 그래프라고 하면 이 주파수-레벨 그래프를 의미한다. 본 필자 역시 앞으로는 그 의미로 사용 할 것이며, RTA (Real Time Analyzer)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이 그래프의 모양을 바꿔줄 수 있는 장비, 즉 주파수 성분을 건드릴 수 있는 장비가 바로 우리가 살펴 볼 이퀄라이저 (Equalizer) 되시겠다.
이퀄라이저의 종류
그래픽 이퀄라이저 (GEP : Graphic Equalizer)
그래픽 이퀄라이저는 조정할 대역을 정하고, 그 대역 별로 레벨을 조정할 수 있는 페이더들을 붙여 놓은 형태를 가진다. 매우 직관적인 형태로, RTA그래프의 모양과 비슷하게 생겼다. 위에서 본 RTA그래프의 각 주파수 영역을 위로 올리거나 아래로 끌어 내린다는 생각으로 운용하면 된다. 스튜디오에서 두 명이서 앉아, 한명은 눈을 가리고 한명은 EQ를 조절해서, 어느 주파수를 건드렸는지 알아맟히기 놀이를 하는데 특화 되어 있다.
파라메트릭 이퀄라이저 (PEQ : Parametric Equalizer)
앞서 믹싱콘솔의 EQ 이야기를 하면서 쉘빙타입과 피킹타입 이퀄라이저가 있다는 얘기를 했다. 피킹타입은 조정할 주파수가 정해져 있는 놈, 쉘빙은 조정할 주파수도 변경할 수 있는 놈. 그리고, 두가지 모두 놉(볼륨)으로 돌려가며 조정을 한다는 특징이 있었다. 이렇게 놉을 조정하는 형태의 이퀄라이저를 파라메트릭 이퀄라이저라고 한다. 사실, 믹서에 붙어있는 EQ 말고 아웃보드 형태의 PEQ도 있긴 하나 실제로 만날일은 별로 없을 것이다. (사실 본 필자도 20여년을 굴러 다니면서 구경만 두세번 해 봤다.)
이퀄라이저의 주요 파라메터
이퀄라이저에도 다른 장비들과 마찬가지로 조절하는 주요 속성들이 있다. 진귀한 장비일수록 (특히 전통의 PEQ들은) 건드릴 수 있는 항목들이 많으나, 초보인 우리들은 딱 3가지만 기억하면 충분하다.
주파수
가장 당연하고 핵심적인 값이다. EQ가 건드릴 주파수를 설정한다
레벨
이 또한 당연히 중요한 값이다. EQ가 해당 주파수를 얼마나 가감하는지 결정한다.
Q Factor
그리고 마지막으로 알고 있어야 할 것은 바로 이 Q Factor 라는 것이다. 이 큐값이란 무엇인고 하니. EQ가 건드리는 주파수의 '폭'을 의미한다. 만약 내가 1KHz를 10dB 증폭 (Boost) 시키려고 한다. 아무리 좋은 장비라도 1KHz 만 딱 10dB 증폭시킬 수가 없다. 실제로는 상하 주파수 대역의 일부까지 함께 증폭된다. 이렇게 함께 움직이는 주파수의 폭을 Q Factor라고 한다. 좋은 장비는 좁은 Q값을, 좀 성능이 떨어지는 장비는 넓은 Q값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 Q값 자체를 조정할 수도 있다. 이 값은 별도로 조정할 수 있는 스위치가 없는 한, 장비의 고유 값으로 고정 되어 있다.
이렇게 EQ를 만지기 위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것들을 살펴 봤다. 사실 이번 회는 100번 정도 쓰고 지우고를 반복 했다. 그러는 사이에 속절없이 시간이 흘러 벌써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너무나도 중요한 부분이나, 쉽게 잘 풀어 내기에는 본 필자의 능력이 부족한 탓 이었다. (사실 핑계겠으나..) 엉성한 글 읽느라 고생 많았다. 혹 소리와 주파수에 대해서 더 궁금한 독자들은 '파장의 중첩과 간섭' 에 대하여 추가적으로 찾아보길 바란다. 엔벨롭에 주파수성분이 끼치는 영향과, 악기별 고유 음색이 생겨나는 원리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암튼. 다음회 부터는 독자 여러분이 가장 궁금했을, 실제 EQ를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대해서 2회에 걸쳐 살펴보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