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표를 분실하면 제일 먼저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일까? 어떤 절차를 거쳐야 잃어버린 수표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처음부터 끝까지 정리 해 보았다.
만약 (자기앞)수표를 분실했다면? 그래도 현금과는 다르게, 다시 잃어버린 금액을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이 아직 남아있다. 물론, 가장 좋은 것은 일어버리지 않는 것이 겠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일은 벌어졌다. 복구할 수 있는 것은 복구 해야 우리의 가벼운 지갑을 지킬 수 있지 않겠는가?
잃어버린 수표의 금액을 은행에서 다시 반환 받는 것은 꽤 시간이 걸리고 여러 절차를 밟아야 하는 일이다. 대략,
- 미지급확인(은행)
- 분실신고(경찰)
- 공시최고(법원)
- 제권판결(법원)
- 수표금액 반환(은행)
의 순서로 진행되는데, 얼핏 봐도 꽤 시간이 걸리는 일 같지? 필자의 경우 약 3개월 가량이 소요 되었다. 하지만, 마음을 느긋하게 가지고 하나씩 해 나가면 된다. (단, 1-3단계는 좀 서둘러 처리할 필요가 있다.) 필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표를 분실했을 때 부터, 최종 금액 반환까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정리한 이 글을 보면 더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1. 일단 은행으로 달려간다 - 미지급증명서 발급
경찰서에 분실신고를 하는게 먼저이지 않나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은행이 문을 닫지 않은 시간이라면, 가장 먼저 수표를 발행한 은행으로 달려가야 한다. 당연히 신분증은 챙겨가야 한다. 수표를 사용할 수 없도록 사고신고를 하고, 이 수표가 사용되지 않았다는 ‘미지급증명서’를 받기 위해서 이다. (물론, 은행 영업시간이 아니라면, 경찰서 부터 가는게 맞겠다. 아래 ‘2. 근처 경찰서로 가자’ 를 참고하시라.)
은행 창구에 가서, 수표 분실신고를 하러 왔다고 하면 (아마도 처음 해보는 업무라는 말과 함께) 사고신고서를 작성하라 한다. 사고신고서에는 수표번호를 적게 되어 있다. 알고 있다면 적어주면 되고, 모른다면 수표로 인출한 기록이 남아 있을테니, 그것을 바탕으로 내가 잃어버린 수표 번호와 발행지점명을 조회해 보면 된다. (필자는 은행 앱에서 조회할 수 있었다.)
사고 신고서는 ‘이 수표에 문제가 생겼으니, 이 수표를 가지고 오더라도 돈을 주지 말라’ 라고 은행해 요청하는 내용인데, 추가적으로,
- 혹시 먼저 수표가 들어와서 돈이 지급됐다면 은행은 책임 없음
- 5일 안에 법적인 절차를 진행하지 않으면, 이 수표 가져온 사람에게 걍 돈 줘버릴 거임.
- 만약, 이것 때문에 법정 다툼이 생기면, 비용은 니가 다 내야 한다.
- 그리고 법정 다툼을 진행하며 니가 돈 떼먹을 수 있으니, 미리 보증금 내 놓고 가
등의 (분실한 사람에게는 치사하고) 무시무시한 내용들이 적혀 있다.
사고신고서를 작성하고 다른 문제가 없다고 한다면, 수표번호와 금액, 발행일자와 발행지점명이 적힌 미지급 증명서를 받게 될 것이다.
타 은행의 경우는 모르겠으나, 우리은행의 미지급증명서는 사고 신고서의 아래부분을 자른 형태이다. 나중에 제출할때 편하려면 미리 A4용지에 복사해 두는게 좋다. 이제, 우리에게는 5일의 시간이 주어졌다. 5일 내에 다음 일들을 모두 처리해야 한다.
2. 경찰서로 가자 - 분실신고서 작성
이제 경찰관서를 방문할 차례이다. 은행에서 받은 미지급 증명서를 가지고 가까운 경찰서나 지구대 등에 가서 분실신고서를 작성하러 왔다고 하면, 양식을 하나 건네준다. 거기에 필요한 내용을 작성해 준다.
분실신고서를 작성할 때 제일 중요한 것은 수표의 정보로, 미지급증명서에 적힌 수표에 관한 모든 것을 기록해 주어야 한다. 즉,
- 분실 수표의 수표번호
- 분실 수표의 액면가액
- 분실 수표의 발행일
- 분실 수표의 발행지점
- 분실 수표의 총 수량
- 분실 수표의 총 금액
이 모두 들어 있어야 한다. 만약 이 중 하나라도 누락이 되어 있을 경우, 다음 절차를 진행하면서 ‘다시 가져 오세요’라는 말을 듣게 된다. (이것도 참 피가 마르고 속이 타는 상황이다. 필자는 이 분실신고서를 3번이나 작성 해야 했다. ㅜㅜ)
분실신고를 완료한 후, 분실신고서를 발급 받도록 한다. 이때 꼭 접수자의 도장이 찍혀 있는지의 여부를 확인한다. 도장이 찍혀있지 않을 경우, 법원 제출을 위해 도장이 필요하니 찍어 달라 요청 한다.(이렇기 때문에 방문 접수가 필수이다.)
3. 법원에 가자 - 공시최고 신청
잃어버린 수표를 사용한 사람이 없고(미지급증명서), 내가 수표를 가지고 있지 않다(분실신고서)는 근거를 준비 했으니, 이제는 수표를 무효화 시키는 절차를 진행하여야 한다. 이를 공시최고 신청이라 하며, 법원에서 재판을 통해 이루어 진다.
앞서 발급받은 미지급증명서와 분실신고서를 들고, 가까운 법원으로 간다. 민사 민원을 담당하는 곳으로 가서, '공시최고 신청을 하러 왔다’라고 하면, 신청서를 작성하라고 양식을 건네 줄 것이다.
필자는 인터넷을 뒤져서 공시최고 신청서를 미리 작성해 갔었으나, 쓸모 없는 일이었다. 창구 담당자 왈,
양식이 맞지 않아 다시 써야 해요.
실제로, 법원에서 제공해 준 양식을 보면, 집에서 절대 혼자서 만들어 갈 수 없는 정보들이 들어간다. 법원 창구에서 제공해 준 신청서 양식을 작성 한 후, 근처의 은행으로 가서 비용을 납부한 다음, 수입인지를 첨부해 창구에 제출한다.
이제 공시최고 신청서와 접수증명원, 수입인지, 그리고 함께 준비해 간 미지급증명서와 분실신고 접수증을 창구에 제출하면, 재판 날자와 사건 번호가 적힌 공시최고신청서 접수증명원과 기일통지서를 받게 된다.
이제 손가락 빨면서 재판 날짜까지 기다리면…. 될 줄 알았지? 아직 끝이 아니다.
4. 다시 은행에 가자 - 접수증명원 제출
법원에서 받은 공시최고 접수증명원을 1장 복사해 은행에 제출한다. 필자의 경우 수표를 발행한 발행점에 찾아가 접수증명원을 제출했다. 평범하게 번호표를 뽑고 차례를 기다리다 창구에 가서 공시최고 접수증명원 제출하러 왔다 말하고 접수증명원을 전달해 주면 된다.
사고신고를 하고 5일 안에 이 단계까지 와야 비로소, 수표에 대한 실질적인 지급 정지가 이루어 진다. 5일 안에 이 단계까지 와야, 은행에서 임의로 수표 금액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사고신고서에 적힌 내용을 다시 한번 잘 봐라) 이제부터는? 손가락 빨면서 재판날까지 기다리면 된다.
5. 다시 법원에 가자 - 제권판결
열심히 손가락을 빨아 지문이 희미해질 즈음이 되면, 기일 통지서에 적힌 재판 일자가 다가 올 것이다. 그동안 법원에서는 내가 수표를 잃어버렸으니 잃어버린 수표는 무효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근거가 인정할 만 한가(제출한 증거물들의 검토), 이 수표에 대해서 권리를 주장하는 (아마도 이 수표를 주은 나쁜 놈에게 수표를 건네받은) 다른 사람이 있는가를 살펴본다. (홈페이지나 법원 입구에 공고를 올려 놓는다.) 그리고 재판 당일 아침까지 별 다른 특이사항이 없다면 '이 수표는 무효다!' 라는 선고가 이루어지게 된다.
기일통지서에 적힌 시간에 맞춰 해당 법정에 가서 기다리고 있으면, 문이 열리고 재판정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특별히 뭔가를 할 일은 없다. 판사입정에 일어나서 예를 표하고, 내 이름을 부르면 앞에 나가서 판결을 듣고 판결문을 받아서 나가면 된다.
6. 드디어! 내 돈!!!
판결문을 들고 은행으로 가서 판결문을 주면, 드디어 잃어버린 수표에 대한 현금을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아울러, 사고신고를 작성할 때 먼저 납부했던 공탁금 역시 함께 돌려 받게 된다.
7. 치킨 주문
길고 복잡하고 신경 쓰이는 여정이 드디어 끝이 났다. 수표를 잊어버린 과거의 덤벙거렸던 나를 위로해 주면서, 작게나마 축하의 시간을 가져보자. 축하한다!
8. 뱀발
본 필자는 이 글에서 ‘현금을 돌려받는다’ 또는 ‘금액을 반환받는다’ 와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수표는 현금과 다르다. 수표는 ‘이 종이에 적힌 금액의 현금을 이 사람에게 내어 주세요’라는, 일종의 요청서 개념이다. 내 예금을 수표로 인출 했고, 내 통장의 잔고가 줄어들었다고 해서, 은행의 실제로 돈이 빠져나가는게 아니란 소리다. 내가 누군가에게 준 수표가 다시 은행으로 돌아와야만, 그제서야 그제서야 현금이 움직이게 된다.
만약 수표를 잃어버린상태로, 이러한 절차 없이 분실신고만 해 둔다면, 결국 그 돈은 붕 뜨게 되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 주운 수표를 사용한 다면야 그 놈을 잡아다가 받아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주운 수표를 사용하면 걸린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 결국 찢겨져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것이고, 내 돈은 수표를 찾는데는 별 다른 관심이 없을 수표 발행 은행에 묶이게 된다. (이후의 행정 절차는 필자가 아직 모르는 영역이다)
혹, 수표를 잃어버렸다면, 귀찮고 소액이라 느껴지더라도 본 필자의 글을 참고하여 되찾아 보는 것을 권하는 바이다. 굳이 내 돈을 돈 많은 은행에 (그것도 아마 영원히) 묶어 둘 필요는 없지 않은가? 법알못인 필자는 직접 법원에 찾아가서 접수하는 절차를 거쳤으나, IT 강국 대한민국에는 전자소송이라는 편리한 제도도 운영 되고 있어, 생각보다 간편하게 진행할 수 있다.
혹시라도 수표를 잃어버려 어찌할 바를 몰라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