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향 엔지니어는 소리를 다루는 사람이다. 기본 적인 '소리'의 특성에 대해 설명한다. 자신이 다루는 것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는 있어야하지 않겠는가
음향밥을 먹으려고 결심을 했다면 먼저 축하와 위로의 말을 동시에 전하고 싶다. 축하는 뭐, 동종 업계 종사자가 한명 더 생긴다는 것이고, 위로의 말이라면.. 이제부터 인생이 꼬이고 피곤한 인생이 될테니 말이다. (하긴 비단 음향뿐만이랴..)
소리밥을 먹는다면... 일단 소리에 대해 알아보고 시작을 하는것이 좋을것이다. 이 글에서는 좀 고리타분하겠지만 물리적인 측면에서 소리가 어떤 녀석인지 알아보고자 한다. 뭐, 좀 복잡하고 재수없는 얘기들도 있겠지만 절대 그냥 넘어가지는 말고.. 대강대강의 개념만 설명을 해놨으니깐 한번 수박 겉핥기로 꼭 읽고 넘어가기 바란다. 음향 엔지니어는 소리를 만지는 사람이다. 소리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한다구...
소리의 본질
근데 소리가 뭐냐고? 평소에 너무 자주 사용하던 말을 정의하려니 갑자기 살짝 어렵고 햇갈려 지려고 하지? ^^ 당연하다.. 일단 물리적 현상을 가지고 정의를 내려보자.. 소리란 공기를 따라 전달되는 모든 진동이다. 잠깐 초등학교때로 돌아가 보자.. 필자와 비슷한 나이의 사람이라면 초등학교 2학년때 큰북을 하나 가져다 놓고, 그 위에 구슬들을 올려놓고 북을 치는 실험을 해본적이 있을 것이다. (동년배의 사람들이 이 글을 읽을 일은 별로 없겠지?) 아래의 그림과 같이, 커다란 북에 구슬들을 올려 두고, 그 북을 내려 친다 생각해 보자
구슬들을 위에 올려놓은 북을 치면 그 구슬들은 어떻게 될까? 천장을 비롯한 사방 팔방으로 튀어나가게 된다. 그럼 이 구슬들이 왜 튕겨 나가는 것일까? 바로 여기에 소리의 본질이 있다. 구슬들이 움직이는 이유는 북의 표면이 움직이기 때문에 (다시말해 진동하는) 그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북을 때리는 순간 발생한 북의 진동이 구슬에 전해져 구슬이 튕겨 오르는것. 그렇다고 우리가 소리를 들을때마다 구슬이 우리의 귀에 날아와 박힌다는 얘기는 아니다. 아까 북의 표면이 진동한다고 했지? 그리고 그 진동이 구슬로 전달되어 구슬이 튀어 오른다고 했지? 그럼 우리가 소리를 듣는 기관이 어디인지 생각해 보자.. 바로 '귀' 우리의 눈 양 옆에 하나씩 달려있는 이 귀와 그 북 사이에 과연 무엇이 있을까? 무엇으로 연결되어 있길래 북 표면의 진동이 우리의 귀를 때리는 것일까? 북과 귀를 연결해 주고 있는것이 공기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북 표면의 진동이 구슬을 움직여 튀어 올라 천장 형광등을 깨뜨리는것 처럼, 북 표면의 진동이 공기를 움직이고, 그 공기가 우리의 귓속 고막을 두드리고, 그 두드린 신호가 신경을 타고 뇌로 전달되어 들리게 되는 것. 이게 바로 우리가 소리를 듣는 과정이 되겠다.
진동수(주파수)
자 일단, 소리가 생겨나서 우리가 그 소리를 인지하는 과정까지를 살펴보았다.여기서 알게 된 것은, 소리라는 것은 진동의 전달 (다시말해서 파:Wave)이라는 것이다. 파의 특징중에 가장 중요한 특징이라면, 바로 진동수를 가진다는 것이다. 진동수라는 말 보다는 Hz라는 단어(헤르츠라고 읽는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더 익숙할 것이다. 왜 이런거 있잖아 라디오 듣다보면 '중파 1188키로헤르츠, 표준에푸엠 95.9 메가헤르츠 문화방송입니다'라고 나오는거 있지? 신형 모니터에 보면 화면 주사율이 240Hz니 120Hz니 하는거.. 거기의 헤르츠가 이 헤르츠 되겠다. 일단 이 의미는 초당 진동수 되겠다. 다시말해 일초동안 이 파장이(이 파장을 만들어 낸 물체의 진동을 그대로 복사한)몇번이나 떨리나 하는 의미다.
주파수는 고음-저음을 결정한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는 18Hz ~ 24,000Hz(가장 소리를 잘 들을수 있는 신생아들의 기준, 사람은 나이가 들수록 점차 청음능력이 떨어지게 된다)의 진동수를 가진다. 이 진동수를 기준으로 고음과 저음이라는 구분이 생기게 된다. 음악의 예를 들어 도레미파솔라시도의 '라'에 해당하는 음은 주파수로 440Hz에 해당한다. 거기서 한 옥타브가 올라가면 두배인 880Hz, 한 옥타브가 내려가면 220Hz...
주파수는 소리의 경로를 결정한다
또 진동수에 따라 전달 경로가 달라진다. 이런말 한두번쯤 들어봤을것이다. AM방송과 FM방송의 차이.. AM방송은 주파수가 낮아서 산 넘어 같은 곳에서도 들을 수 있고 멀리 나가지만, FM방송은 주파수가 높아서 산을 넘어가면 안들리고 멀리 떨어져도 잘 안들린다는 얘기... 바로 파장의 직진과 회절의 성질과 관련된 부분이다.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주파수 대역(이를 가청주파수대라 한다)에서도 이러한 성질이 존재한다. 노래방 입구에 도착했을때 나는 쿵쿵쿵 소리들 한번씩은 다들 들어봤을 것이다. 그리고 노래방 문을 여는 순간 쏟아지는 엄청난 소리들...여기서 쿵쿵쿵 소리에 주목을 해 보자... 쿵쿵쿵 소리는 상대적으로 주파수가 낮은 소리이다. 문을 닫은 상태 (라디오를 들을때 산을 넘어간 것 처럼) 라 할지라도 저 주파수의 소리는 들린다, 반면 상대적인 고주파수의 소리들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문을 열어 스피커와 나 사이의 장애물을 없에는 순간 장애물이 막고 있던 상대적으로 높은 진동수의 소리들이 한꺼번에 나를 향해 달려들어 내 고막을 때리는 것이다.진동수가 높은 소리는 직진성이 강하고 지향성(어떤 방향을 향해 가는 성질)이강하다. 반면, 차단하기도 쉬워서, 앞에 얇은 종이 한 장이라도 있으면, 그 전달되는 경로가 달라지게 된다. 그에 비해 낮은 주파수의 소리는, 앞에 두꺼운 철판이 있다 하더라도, 그 철판을 유유히 통과해 (장애물을 타고 넘는 것 - 회절이라고 한다.) 나에게 전달 될 수 있다....
시간에 따른 변화 : 엔벨롭
소리가 가지고 있는 파장의 성질중에서 마지막으로 알아두어야 할것은. 파장이기 때문에 같은 진동수를 가지고 있는 소리라 할지라도 전혀 다른 음색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피아노의 '라'음과 바이올린의 '라'음은 모두 440Hz로 동일한 진동수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소리를 듣고 이 소리가 피아노가 만든 '라'인지 바이올린이 만든 '라'인지 금방 알아 챌 수 있다. 시간에 따라 그 소리의 크기가 변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저 위에서 예를 든 구슬이 하나가득 들어있는 북을 생각해 보면, 북을 치는 순간(북채와 북이 맞닿는 순간) 쿡!하는 소리가 한번 나고 그 후 시간이 흐르면 쿵~~ 하고 점차 소리가 작아지는 것을 기억할 것이다. 이 북이 진동하는 진동수가 변한것은 아니다. 다만 시간에 따라 처음에는 세게 진동하던 것이 약하게 진동하다 멎어버리는 현상이 발생한다.
이렇게 시간의 흐름에 따른 소리 크기의 변화를 나타내는 것을 엔벨롭 이라고 한다. 아마 이런 모양의 그래프들을 많이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이것을 엔벨롭 그래프라고 부른다.
자, 다시한번 집고 넘어가자 엔벨롭 그래프란 시간에 따라 파장이 어떻게 변하는지 표시한 그래프라고 했다. 이 세상 모든 발성물체(사람의 성대로 부터 모든 악기들, 방망이, 손바닥이르기까지)는 그 크기와 생김새가 제각각 다르다. 440Hz라는 음을 처음에 동일하게 만들어 내지만 그 소리가 발성체의 성질(모양, 길이, 크기, 재질 등)에 따라 엔벨롭과, 하모닉스가 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피아노와 '라'와 바이올린의 '라'를 구분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근본적인 이유이다.
이제까지 소리에 대해 물리적인 관점에서 아주 얕게 알아보았다.지금 이 문장을 읽고 있다면 독자 당신은 대단한 거다. 나 같았음 중간에 다른 페이지로 넘어가 버리든 할텐데... 하여튼, 지금은 무슨 소리인지 몰라도 상관 없다. 그냥, 한번 죽 읽고 넘어가 주기만 하면된다. 자세한 것은 전기 음향장비를 다루는 2장 부터 그때그때 설명 할테니까.
이 글과 그림은 2005년 3월 17일 최초 작성 되었으며, 블로그를 이전하며 글을 수정하였습니다.